한국과 미국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아마 미국의 차 중심 문화, 차 의존 생활방식 (car-dependency)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이 촘촘히 깔려있어 차 없이도 평생 살 수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차가 없으면 당장 매우 불편한 위치에 있는 집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완전히 차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렵더라도, 어떤 집은 상점이나 큰 길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상적인 활동 대부분을 자동차 없이도 걸어서 해결할 수 있는 집이지요. 출퇴근, 장보기, 학교, 공원, 병원, 식당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동네나 집을 "도보 친화적 커뮤니티" (Walkable community, walk-friendly homes) 또는 walk score가 높은 집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미국 주택 시장에서 이렇게 걸어다니기 좋은 집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2023년 커뮤니티 및 교통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 응답자의 79%가 상점, 공원 등 커뮤니티 시설에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또는 다소 중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 이 중 78%는 도보 친화적인 커뮤니티에 거주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 85%는 인도 및 보행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56%는 큰 마당이 있는 주택보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소형 마당의 주택을 선호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도보 친화적인 환경이 미국인들의 주거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 주택이 얼마나 도보 친화적인가는 그 집의 가치와 투자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보 친화형 커뮤니티란 무엇인지, 왜 인기가 많은지, 장단점, 워크 스코어(Walk Score) 개념, 어떤 사람들이 선호하는지, 그리고 투자자가 어떻게 이 트렌드를 활용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도보 친화형 커뮤니티란 ?
도보 친화형 커뮤니티(Walkable Community)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상적인 활동을 걸어서 해결할 수 있는 동네를 의미합니다. 이런 지역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보행자 전용 인도와 안전한 길 설계
- 식료품점, 카페, 도서관, 학교, 병원 등이 가까이에 있음
-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음
- 안전한 횡단보도와 자전거 전용 도로
- 주택, 상점, 사무실이 섞여 있는 복합 용도 개발(Mixed-Use Development)
즉,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동네를 뜻합니다.
왜 도보 친화형 커뮤니티가 인기를 얻고 있을까?
도보 친화형 지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생활 방식 변화: 밀레니얼과 Z세대는 긴 출퇴근보다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도보로 카페나 회사,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동네를 선호합니다.
- 고령 인구 증가: 은퇴자들은 운전을 피하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함을 원합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운전을 포기하거나 면허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운전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걸어다닐 수 있다면, 도보친화형 동네에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겠지요.
- 건강과 웰빙: 걷기가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도보 친화형 동네를 선호합니다.
- 차량 유지비 절감: 차를 덜 쓰면 차량 보험, 주유비, 수리비를 아낄 수 있어 경제적입니다.
그러므로 도보 친화형 집은 젊은 직장인이나, 은퇴자, 가족 단위 바이어나 렌터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워크 스코어(Walk Score)란? 도보 편의성 지수
Walk Score는 지역의 도보 편의성을 0에서 100 사이의 점수로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도보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Redfin.com으로 매물을 찾으면 이 점수가 꼭 보여지죠.
- 90–100점: 걷기 천국! – 일상 대부분을 도보로 해결 가능
- 70–89점: 매우 걷기 좋음 – 대부분의 용무를 걸어서 볼 수 있음
- 50–69점: 다소 걷기 좋음 – 일부 용무는 도보로 가능
- 25–49점: 차량 필요 – 대부분 차량이 필요
- 0–24점: 차량 의존 – 거의 모든 일이 차량 필요
Walk Score는 또한 자전거 친화도(Bike Score), 대중교통 접근도(Transit Score)도 제공하며, 요즘 부동산 매물 정보에는 이 점수가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매수자 buyer나 임차인 renter이 주택 가치를 판단할 때 중요한 참고 요소가 됩니다.

Walk Score 측정 기준
- 생활 편의 시설과의 거리
Walk Score는 우선 해당 주소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주요 생활 편의 시설들을 분석합니다. 분석 대상은 식료품점, 레스토랑, 쇼핑, 카페, 은행, 공원, 학교, 서점, 엔터테인먼트 등 총 9개 범주입니다. 각 시설이 해당 주소에서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를 측정하며,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합니다. 일정 거리(보통 30분 도보 거리)를 초과하면 점수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 거리 가중치 적용
Walk Score는 거리 감쇠(distance decay) 함수를 사용합니다. 이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설일수록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멀어질수록 가중치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보통 5분 거리(약 400미터 이내)의 시설은 최고 점수를 받고, 30분 도보 거리 내에서는 점점 점수가 낮아집니다. 이는 사람들이 짧은 거리를 걸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인 행동 패턴을 반영한 것입니다. - 실제 도보 경로 분석
거리 측정은 단순히 직선 거리가 아닌, 실제 보행 가능한 도로망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즉, 인도(보도), 횡단보도, 교차로, 블록의 연결성 등을 고려하여 실제로 걸어갈 수 있는 경로를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거리에 식료품점이 있어도 인도가 없거나 고속도로를 건너야 하는 구조라면 점수가 낮게 책정될 수 있습니다. - 인구 밀도와 블록 구조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 밀도와 블록 길이도 반영됩니다.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 지역은 보통 블록이 짧고 교차로가 많아 걷기 좋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데이터 출처
Walk Score는 Google Maps, OpenStreetMap, 미국 인구 센서스 데이터, 그리고 Localeze, Yelp 같은 업체 정보 디렉터리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점수를 산정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신규 상점, 대중교통 변화 등을 반영합니다.
도보 친화형 커뮤니티의 단점
도보친화형 집은 편리한 대신 몇 가지 단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 집값 상승: 높은 수요로 인해 주택 가격이 높을 수 있습니다. 대신 임대료도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 주차 공간 부족: 차량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주차 공간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차고가 딸린 단독주택의 경우는 상관없겠지요.
- 소음 문제: 근처에 보행자와 상점이 많으면 다소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투자자를 위한 꿀팁
도보 친화형 커뮤니티는 내가 살 집으로서만 아니라 투자처로서도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도보 친화형 집에 투자할 때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확인하세요.
- Walk Score 70 이상인 지역을 눈여겨 보세요. Redfin에서는 검색 필터에 Walk Score를 추가하여 원하는 수준의 도보 친화성을 갖춘 집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 상점, 대중교통, 학교 등 해당 지역의 주요/인기 시설에서 가까운 집을 찾으세요.
- 복합 용도 개발이나 다세대 주택 허용 지역인지 확인하세요.
- 자전거 도로, 공원, 보도 확장 등의 도시 재생 계획이 있는지 조사하세요.
- 임대 수요가 높은 지역인지도 확인하세요.
- 매물 설명 (Listing description)에 ‘도보권 상점’, ‘공원 (또는 동네의 주요 시설)까지 도보 5분,’ ‘차 없는 생활 가능’ 등을 강조하세요.
마무리
도보 친화형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는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질, 도시 정책, 건강, 환경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 따라 점차 확산되고 있는 사회적 흐름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투자자에게는 장기적인 수익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라고 하지요. 이제 그 입지에는 얼마나 걷기 좋은 집인가? 라는 기준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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